
전쟁이 터지면 내 계좌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제 퇴직연금 계좌는 단 일주일 만에 8%가 증발했습니다. 그때 저는 뒤늦게 원유 ETF를 매수했고, 2개월 만에 15% 수익으로 손실분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할 수 없는 재난'이 아니라 '자산 방어의 기회'로 보게 되었습니다. 2026년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는 지금, 5060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냉정한 헤지(Hedge) 전략입니다.
1. 중동 위기, K-방산: '테마주'에서 '실적주'로의 화려한 변신
과거 방산주는 남북 관계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테마주였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K-방산은 완전히 다른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천궁-II 요격 미사일 시스템이 중동에서 90% 이상의 요격률을 기록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천궁-II란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로, 적의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다층 방어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방산 ETF에 투자한 건 2025년 하반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방산은 위험하지 않냐"는 주변 반응이 많았지만, 폴란드 수출 계약 발표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26년 들어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방산 ETF는 단순한 테마주가 아닌 실적 기반 성장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에서 투자 가능한 주요 방산 ETF는 다음과 같습니다.
- PLUS K-방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 기업에 분산 투자
- ARIRANG K-방산Fn: 방산 업종 상위 기업 중심 구성
- HANARO K-방산: 중소형 방산 기업까지 포함한 넓은 포트폴리오
방산 섹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주 잔고(Backlog)입니다. 수주 잔고란 이미 계약이 확정되었으나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주문 금액을 뜻하는데, 이는 향후 2~3년간의 실적을 미리 보장하는 지표입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전쟁 이슈가 해소되더라도 계약된 물량은 꾸준히 납품되기 때문에, 방산 ETF는 다른 지정학 테마주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원유 ETF 투자 시 반드시 알아야 할 '콘탱고'의 함정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원유 ETF는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산입니다. 저 역시 2022년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KODEX WTI원유선물(H)에 소액 분할 매수로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가는 분명 오르고 있는데, 제 계좌 수익률은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콘탱고(Contango) 현상 때문입니다. 콘탱고란 선물 시장에서 먼 월물 가격이 가까운 월물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 경우 매달 선물을 교체(롤오버)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유가가 10% 올라도 롤오버 비용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7~8%에 그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원유 선물 ETF는 단기 대응용으로는 유효하지만, 5060 투자자가 장기 보유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대안으로는 TIGER 미국S&P500에너지(합성)처럼 엑슨모빌, 셰브론 같은 에너지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ETF가 더 안정적입니다. 이런 주식형 ETF는 롤오버 비용이 없고, 배당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운송량의 약 21%가 통과하는 핵심 수로입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이 지역의 긴장 수위에 따라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할 수 있지만, 외교적 합의나 대체 공급망 확보 소식이 나오면 그간의 상승분을 순식간에 반납할 위험도 큽니다. 따라서 원유 ETF는 포트폴리오의 10~15% 수준에서 보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3. 홍해 리스크가 만든 공급망 재편
2026년 초 제 지인 한 분은 TIGER 해운선사TOP2 ETF로 석 달 만에 22% 수익을 냈습니다. 홍해 리스크로 수에즈 운하를 우회하는 선박이 급증하면서 해운 운임이 폭등한 덕분입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5년 말 대비 60% 이상 상승했고, 이는 해운사의 영업이익으로 직결되었습니다. 여기서 SCFI란 상하이발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을 지수화한 것으로, 해운 경기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선행 지표입니다.
하지만 저는 해운 ETF에 대해 조금 신중한 입장입니다. 해운 운임 폭등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1년 코로나 시기 컨테이너 대란 당시에도 운임이 10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정상화되면서 해운주는 고점 대비 50% 이상 급락했습니다.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순간 주가는 가장 먼저 꺾이는 특성이 있으므로, 실적 고점에서 진입하는 '상투 잡기'를 극도로 경계해야 합니다.
반면 조선 섹터는 다릅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LNG 운반선 수요는 중장기 트렌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028년까지 수주 잔고가 포화 상태이며, 신규 발주도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선 ETF는 해운보다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꾸준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구조입니다.
투자 시 고려할 주요 ETF는 다음과 같습니다.
- TIGER 해운선사TOP2: HMM, 팬오션 등 주요 해운사 집중
- KODEX 200중공업: 조선·중공업 대표 기업 중심
- HANARO 조선해운: 해운과 조선을 함께 담은 혼합형 포트폴리오
해운은 배당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 5060 세대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아 분할 매수와 적절한 익절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운 20%, 조선 80% 비율로 섹터 내 분산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비극입니다. 하지만 제 노후 자금까지 비극이 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2026년 중동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냉정하게 자산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방산·원유·해운 ETF는 각각 장단점이 명확하므로, 포트폴리오의 20~30% 내외에서 분산 투자하며 시장의 흔들림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노련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