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제 지인이 퇴직금 2억 원을 받자마자 아파트 대출을 전액 갚았을 때 부러웠습니다.
"이제 빚 없이 산다"는 말이 얼마나 홀가분해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3개월 뒤 그 지인을 다시 만났을 때,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빚은 없어졌지만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고, 병원비가 갑자기 나가면서 다시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었습니다. 이때 깨달았습니다. 노후에는 '자산의 크기'보다 '매달 들어오는 현금의 연속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1. 퇴직금으로 대출 상환했다가 '에셋 푸어' 된 실제 사례
제 주변에는 퇴직 후 대출부터 갚은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빚이 있으면 잠을 못 자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죠. 하지만 실제로 퇴직금을 대출 상환에 쏟아부은 분들을 지켜보면서, 저는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선배님은 퇴직금 1억 8천만 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갚았습니다.
매달 나가던 원리금 120만 원이 사라지니 당장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평소 관리하지 않던 고혈압이 갑자기 악화되어 입원했고, 자녀의 결혼 자금도 예상보다 일찍 필요해졌습니다. 통장에는 생활비로 쓸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집을 당장 팔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여기서 '유동성(Liquidity)'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데, 부동산은 유동성이 매우 낮습니다. 집값이 5억 원이든 10억 원이든,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그 선배님은 다시 신용대출을 알아봐야 했고, 이번에는 퇴직 전보다 금리가 훨씬 높았습니다.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 한도도 낮았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깨달았습니다.
퇴직금은 '빚을 없애는 돈'이 아니라 '노후 생활을 지탱할 현금 흐름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요.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빈곤율은 37.6%에 달하는데(출처: 통계청), 이 중 상당수가 부동산은 있지만 현금이 없는 '에셋 푸어(Asset Poor)' 상태입니다. 자산은 있지만 가난한 노후, 이것이 바로 퇴직금으로 대출을 갚은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2. 목돈 10억보다 월 500만 원 연금 흐름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많은 분이 "그래도 통장에 목돈이 있어야 안심되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제 생각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연금 설계를 시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목돈은 '내가 지켜야 하는 대상'이지만, 연금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라는 말이 정말 맞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제 친척 중 한 분은 70대에 지인의 사업 투자 권유를 받고 퇴직금 5천만 원을 날렸습니다. 보이스피싱도 점점 교묘해져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통장을 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목돈은 한 번의 실수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은 다릅니다. 이번 달에 실수로 100만 원을 잃더라도, 다음 달이면 다시 연금이 입금됩니다. 인생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금 맞벌이' 시스템을 추천합니다. 여기서 연금 맞벌이란 부부가 각자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최대한 확보하여 매달 고정 수입을 만드는 구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국민연금 150만 원, 퇴직연금(IRP) 100만 원을 받고, 아내가 국민연금 80만 원, 개인연금 70만 원을 받으면 가구 기준 월 400만 원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생깁니다.
이러한 연금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 활용이 핵심입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전액 내야 하지만, IRP 계좌로 받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 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국세청](https://www.nts.go.kr)
예를 들어 퇴직금 2억원에 대한 퇴직소득세가 1,500만원이라면 연금 수령 시 450만원~6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제 경험상 월 400~500만 원의 연금 흐름이 있으면, 은퇴 후에도 여유로운 삶이 가능합니다. 반면 10억 원의 목돈이 있어도 매달 들어오는 돈이 없으면, 통장 잔고를 보며 불안해하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노후의 행복은 내가 가진 아파트 평수가 아니라, 매달 내 통장에 찍히는 연금 액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3. 노후준비 50대 '내 곁에 국민연금' 앱으로 실전 연금 설계
은퇴 준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저는 '내 곁에 국민연금' 앱을 설치하고 제 예상 수령액을 확인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충격이 오히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하면 과거 납부하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소급해서 낼 수 있습니다. 또 임의가입 제도를 이용하면 퇴직 후에도 국민연금에 계속 가입하여 수령액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제도들을 적극 활용해서 예상 수령액을 월 20만 원 가량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보험료입니다. 많은 분이 간과하는 사실인데,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건강보험료가 폭탄처럼 나올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는 집값, 자동차, 그리고 연금 소득을 모두 합산해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금 소득이 연간 1,500만 원을 넘으면 건보료 부담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따라서 연금 설계를 할 때는 다음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 IRP 계좌와 연금저축 계좌를 적절히 분산하여 연간 사적연금 소득이 1,5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조절
- 부부가 각각 연금 수령 시기를 달리하여 한 해에 몰리는 소득을 분산
-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춰(연기연금) 월 수령액을 높이는 전략 검토
저는 개인적으로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이때 '소득 활동'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연금이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있다면, 일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한 즐거운 활동이 됩니다. 제가 만난 한 은퇴자분은 월 250만 원의 연금을 받으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로 월 80만 원을 벌고 계셨는데, "일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연금이 있으니 일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50대 여러분, 퇴직금으로 대출부터 갚아 자산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그 돈이 매달 여러분의 통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연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십시오. 지금 당장 '내 곁에 국민연금' 앱을 설치하고, 내 예상 수령액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숫자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은퇴의 첫걸음입니다.